휴식기
- 일을 그만둔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일을 해야 될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일을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10월부터 일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다고 각오했었지만 어영부영 놀고 있는 9월이 즐겁지만은 않다. 심심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그런 막연한 9월이다.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다. 매년 세월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얘기는 수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10년, 아니 최소 5년전과 후를 비교해봤을 때 ㅡ돌아보니 세월이 빨리 지나갔구나ㅡ 생각할 줄 알았지, 이렇게 스물일곱과 스물여덟의 속도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빠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하고. 그리고 지난 2개월동안 나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어했다는 걸 알았다.
그 사이 (지금도 우리 팀이라고 부르는) '100인의 선택'은 다음주 화요일에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있고, 이제 곧 종영을 할 것 같다. 그리고 나의 모태 팀이라고 생각했던 'WOMAN SHOW'는 벌써 마지막 녹화를 마쳤다. 두 개의 프로그램이 끝나는 기분은 어쩐지 100인 프로그램이 끝나는 기분이요, 더불어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로 시작했던 100인 시리즈가 끝나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좀 서운하다.
내가 끝까지 할 수 없어 도망쳐 나왔으면서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봤어야 했다는 이상한 욕심도 든다. 그러나 그 곳은 이제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나는 이제 진짜 그 팀에서 벗어나야 하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야겠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ㅡ당연히 힘든 일도 많을테고 어쩌면 또다시 적응을 해야하겠지만 또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겠지. 그리고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들을 또다시 만날 수도, 혹은 우연히라도 만나 옛날 이야기처럼 추억하며 웃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쿠키는 다행히도 악성 종양이 아닌 지방종인 것 같고 추석 연휴가 지난 후 수술을 받으면 괜찮아질 것도 같다. 나이가 좀 있고 간 수치가 높아서 수술을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되고 수술비도 걱정되지만, 암 덩어리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쿠키가 고맙다. 그러고보면 쿠키는 꽤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같다.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니었으나 위험하다는 경우의 수를 무사히 스쳐지나가는 느낌. 수술까지 조금만 더 힘내라 쿠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