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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5 개인홈페이지 세대 1

개인홈페이지 세대

monologue / 2010. 4. 25. 15:19


오랜만에 홈페이지를 다시 살리려고 태그를 두드린 지 며칠째다. 사실 홈페이지 재건(!)의 열의는 한참 전부터 ㅡ사실은 리뉴얼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았던 그 옛날부터ㅡ 계속되어 왔지만 이제야 겨우 마음에 드는 레이아웃을 잡은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는 방법은 늘 같은 순서였다.



1. 레이아웃 구상
우선 종이에 필기도구로 이것저것 그려보면서 대략적인 레이아웃을 구상한다. 이 때 메인 컬러를 정한다.
메뉴와 그 이름, 내용을 정하는 것도 이 단계에서 90% 확정.
웬만큼 괜찮다 싶으면 포토샵에서 1024*768 사이즈의 새 파일을 만들어 스케치의 내용을 반영해 본다.
(사실 익스에서 페이지를 열 때 F11을 누르지 않는 이상 위아래 부분이 잘리기 때문에 실제 화면 높이는 768px보다 작다;)
메뉴와 내용이 들어갈 위치를 가이드선으로 경계짓고, slides를 사용해 토막질 후 저장한다.

2. EditPlus 실행
즐거운 태그질의 시작. 내 영타 속도 향상에 심하게 도움이 된 태그님 감사..
포토샵으로 구상했던 것과 비교해가며 이미지파일과 프레임 등을 배치한다.
필요한 스타일태그나 자바스크립트 태그 등은 검색으로 얻어서 적용한다.
간간이 필요한 이미지파일은 늘 함께 켜 놓는 포토샵으로 해결한다.
웹페이지를 만들면서 ctrl+b를 자주 눌러 실제 브라우저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체크.

3. 필요한 cgi 프로그램 설치 혹은 스타일 수정
예전부터 써 왔던 것은 IRiS nX(,counter,ell 등등등 IRiS 시리즈-ㅂ-)와 Kawaiibook.
웬만하면 스타일은 자기가 만들어 쓰자는 주의라, 비교적 스타일수정이 쉬운 cgi류를 사용한다.
(네이버 블로그 스킨은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어서 만들지 않는다-.-)

4. 종합수정 후 업로드


몇 년째 1번에서 멈추고 있던 것을 이제야 진행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위의 순서를 따르다가, 부딪치게 된 난감함은 알고 있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닫거나 블로그로 가 버려서, (업데이트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살아 있는 '홈페이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개인홈페이지를 만들어본 건 2001년 1월 2일. 개인홈페이지 열풍이 불어왔던 그 때, 개인홈페이지는 나의 10대를 불사를 수 있었던, 작고도 커다랗던, 왕성한 상호활동이 있던 공간이었다. 싸이월드 광풍이 일었던 요전 즈음의 주자들을 싸이월드 세대로 칭하고 지금의 사람들을 블로그 세대로 본다면, 나는 개인홈페이지 세대였던 셈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과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과 웃었고, cgi를 지원하는 무료계정에 목말라했고, 각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계정을 비교했고, 유료계정을 사용했고, 테마컬러를 정하고, 폰트를 찾고, bgm을 고르고, 배너를 만들고, 사전을 찾고 노래 제목을 훑어보며 메뉴 이름을 고민하고, 자매홈을 맺고, 상호링크를 하고, 동맹을 맺고, 메일링서비스를 하고, 누군가가 리뉴얼을 하면 그게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고, 누군가의 윈앰프 스킨이며 월페이퍼 만드는 실력이 그렇게 훌륭할 수가 없었고, 오에카키를 설치하고, 랜덤워드스크립트를 설치하고, QnA cgi를 설치하고(이건 이번 리뉴얼에도 포함된다!), 퓨라드나 카와이북을 쓰고, 다피다이어리와 아이리스에넥스를 쓰고, 스타일을 정성껏 수정하고, 배포하고, 공유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올리고,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댓글을 읽고, 또 다시 글을 남기고, 말을 놓기도 하고, 메신저(ICQ!-MSN)에 친구등록을 하고, 축전을 주고받고.

그 시간동안 나의 홈페이지는 드림위즈에서 하나넷을 거쳐 뉴21의 유료계정을 쓰다 저가형 웹호스팅을 제공하는 카페24로 옮겨왔다. 그리고 한동안 정체하고, 수험생의 신분을 핑계삼아 싸이월드로 도망치고, 대학 새내기가 되어 그 때 막 열풍이 되기 시작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열중하고, 이글루스도 써 보고, 카페24의 홈페이지를 설치형 블로그로 바꾸고, 티스토리를 써볼까 하다 그만두고, 네이버 블로그에 오고.




집의 컴퓨터에서 찾아냈던 리뉴얼 데이터의 링크 대부분은 누르자마자 나타나는 'HTTP 404 찾을 수 없습니다' 로 날 맞이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보고싶었던 사람들은, 그렇게, 온라인의 어딘가로 날아갔다. 결국, 나는 링크란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오랜 방황 끝에 내가 온라인에서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은 개인홈페이지임을 깨달았고 이는 내가 개인홈페이지 세대임을 깨닫게 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세대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진화하고 있는 것 또한 알게 했다.







이 글은 예전에 한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견한 글이다. 아마 홈페이지 리뉴얼 때문에 이런 저런 태그를 검색해보다 여기까지 왔었던 것 같다. 글을 읽다 보니 공감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피식피식 웃다가 블로그 주인에게 허락을 맡고 글을 가져왔다. 지금은 비공개 포스트이긴 하지만, 원문 출처는 이 곳 → http://blog.naver.com/ukiukiremix/150028300321





나처럼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개인홈페이지 세대일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개인홈페이지를 만들고 운영하고 서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2002년) 때부터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글을 쓴 블로거 역시 85년생으로 나와 비슷한 또래였으며, 나와 비슷한 시기에 홈페이지 운영을 시작했던 것 같았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달랐어도 다들 비슷한 순서로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빈 종이에 끄적끄적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잡고, 내가 생각한 이미지를 만들거나 편집하고, 스타일시트와 태그를 수정하고, 마지막으로 확인 후 업로드. (웃음) 물론 메모장 몇 개 띄워놓고 태그로 홈페이지를 만들던 지인도 있긴 했었지a 지금이야 심플하게 쓰고 있지만 그 땐 정말 메뉴 이름을 짓느라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나 예쁜 단어들을 찾아다녔다. 어떤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할까, 어떤 이미지를 메인으로 잡을까 고민하며 즐거워했다. 리뉴얼을 하거나 생일이 되면 포토샵으로 예쁜 이미지에 문구를 적어서 축전을 보냈다.

나는 거의 초반부터 유료계정을 이용했다. 아이웹스쿨, 이라고 지금도 같은 계정을 쓰고 있는데 이용기간이 3년이 지나면 50% 할인을 해줘서 요즘엔 반값에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제로보드 XE 버전이 나와서 설치형 블로그와 비슷하게 사용하는 것 같은데, 난 여전히 제로보드 4 버전을 쓰고 있다. ㅡ제로보드도 그 무렵부터 계속되어 왔던거라 기본 구조에서 아무리 발전해도 고칠 수 없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더이상 패치로도 고칠 수 없는 오류들. 언젠가는 절대로 제로보드 4를 이용할 수 없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나는 움직이고 싶지 않다. 실은 새로운 버전을 배우는게 어렵고 귀찮은거겠지만.ㅡ 처음에는 제로보드 말고도 여러가지 무료 게시판이 많았는데... 슈퍼보드였나(진짜로) 화이트보드였나, 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료 도메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lil.to (릴 투) 계정이었고 특별한 점이 있었다기 보다 주소 이름을 좋아했다. 그리고 올해 4월에야 나는 갖고싶다 노래를 부르던 닷컴 주소를 갖게 되었지. 1년에 2만원이면 되는 돈인데 왜 이렇게 어려웠던 거지(먼산).


고3이 되면서 시류에 따라 싸이월드와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고, 대학에 간 뒤엔 친구들과 일촌을 맺어야 빨리 친해질 것 같아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운영했다. (물론 나름 재미도 있었고). 작년부터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 곳은 꽤 오래 갈 것 같고, 남들 다 한다는 마이크로 블로그 주소도 하나 둘 가지고 있고, 싸이월드는 잘 하지 않지만 그동안 산 노래가 아까워서 쥬크박스로 애용한다. 계속 연장해오던 계정은 8년째를 맞이했고 나 역시 이렇게 오랫동안 홈페이지를 운영하게 될 지 몰랐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홈페이지는 죽을 때까지 갖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시대의 바톤을 이어받으면서 개인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 쉬워졌다. 그것이 좀 더 넒은 정보의 소통망을 구축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갔던 맛집, 예쁜 사진, 좋은 여행지, 재밌는 영화 들을 소개하는 공간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만들어졌고 요즘엔 영화나 공연 등의 홍보 사이트도 블로그로 운영하기도 한다. 정보를 교환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늘어간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겠지.

그러나 개인홈페이지를 운영했던 사람이라면 '홈페이지' 라는 것이 싸이월드나 블로그와는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안다. 그 느낌을 흔히 '가장 나 다운 곳' 이라거나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곳' 이라고들 말하는데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나도 내 홈페이지에 비슷한 애착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홈페이지와 블로그, 싸이월드, 마이크로 블로그 주소를 여러개 갖고 있는 것은, 변명하자면 쓰임새가 달라서이다. 때로는 나도 단 한 개의 주소만 갖고 싶다. 하지만 아마도 각각의 공간에서 내가 충족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의 모든 곳들이 천천히 흘러간다.

웹상에서 만난 어떤 사람들과는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지낸다.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했던 사람들이라 나이는 조금씩 달라도 오랜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그러나 내가 예전에 알던 사람 중 아직도 홈페이지 주소를 갖고 있는 사람은 두 명 정도 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가끔씩은 안부가 궁금해진다. 




Posted by 이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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