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쉽게 밤에 잠 들 수 없는 건 여름이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밤 장맛비가 내리고,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열대야의 기운이 방안을 후텁지근하게 만든다. 점심 때에 눈을 뜨고 아점을 먹으며 시작하는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딱히 새로운 일이 있지는 않지만 매일 비슷한 밥을 먹고 식후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조용한 생활이다. 최근에 보기 시작한 수,목 드라마를 매주 본방으로 챙겨보고, 드문드문 연락하던 사람들과 약속을 잡는다. 정해진 약속은 치과 치료 뿐이고 다음달에 떠날 여행과 앞으로의 지출 계획을 세워본다. 그나마 이번주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가까운 곳에서 영화를 보는 정도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꽤 많은 편의 드라마를, 영화 몇 편을, 이틀에 한 권 꼴로는 책을 읽을 수도 있는 '나의 시간'이 지금, 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