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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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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8 오픈 마인드

오픈 마인드

monologue / 2009. 11. 18. 00:55

같이 아르바이트 했던 동생이 올해 수능을 봤다. 재수생이긴 하지만 유학을 다녀와서 시험 본 거라 걱정이 많이 됐던 모양이다. 지망한 학과가 지원 미달이어서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 내가 수능을 본 건 벌써 5년 전 일이라 그닥 감흥이 안 나서 의례적인 대답을 해줬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무렵의 나는 확실히 지금보다는 용감했었다. 마음 한 구석에선 스스로가 운이 좋다, 고 굳게 믿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특별히 과욕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그리 부족한 삶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겐 꿈의 대학이었던 학교와 학과에, 합격했다. 스무살이 되고 대학생이 된다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세계의 반경이 넓어지는 거라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2005년, 나의 세계는 (뻥 좀 많이 덧붙여서) 마치 핵폭발을 하는 것처럼 단번에 그 공간을 넓혔다.

나의 대학생활 4년은 이전의 내가 살아왔던 20년보다 훨씬 더 농축된 시간이었다. 그 4년 동안의 기억들이 하루하루, 자세히, 빼곡하게 기억날만큼. 그래서일까. 나의 20대 초반을 모두 보냈던 학교 생활은 기대했던 만큼 신나고 즐겁고 행복하ㅡ기만 했던 건 당연히 아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어 신기했고, 아무것도 몰랐던 만큼 많은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난 그 일상이 너무 좋았었다. 좀 더 욕심내서 그 시간을 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만큼.  

나는 구속받고 싶어하지 않는 만큼, 누군가를 구속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사람들' 에게 속해 있는 것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행복한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크게 연연해 하는 일은 없지만 뭐 또 그렇게 대범하지도 않다. (오히려 소심한 편에 가깝다) 내 관심영역에 따라 아주 많은 신경을 쓰기도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좋은게 좋은거죠, 정도로 잘 넘어간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이요, 솔직하게 드러내면 오직 나 하나만 믿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꽤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ㅡ소속감이 적으니까,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ㅡ 그 안에서 내가 고집 피우던 어떤 것들, 어쩌면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던, 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틈새를 내줘서 나는 자유로워졌다. 내 생각이 반드시 옳지 않다는 건 당연한 얘기고, 그와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 생각을 유연하게 갖는 법, 그리고 깨달아가는 방법, 세상을 배워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거기엔 정석이나 개념원리 따위는 없다) 이뤄내면 된다는 결과론 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금 더 나를 놓아줘도 된다고. 스물네살의 내가 나에게 얘기한다.

내가 나로써 존재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도망치려 했다. 연인에게서 영화에게서 친구에게서 그리고 나에게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러댔다. 그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아주 틀리지만은,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됐지만(..) 이게 나의 최선이었어- 라고 열심히 자기자신을 합리화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다. 그 4년은 내 인생의 시즌2 였고,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시즌3 는 이제 다시 시작. 하나 둘 매듭을 풀고 해후를 시작한다. 나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 니가 노력하지 않으면 넌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해져라 은호야 - 라고 연애시대에서 김갑수 아저씨가 했던 말이 다시금 와닿는다. 몇번이고 중얼거렸던 말이지만 다시 한 번 나지막히 중얼거려 본다. 행복해져라 토끼야.

우습지만 2009년 내 인생 모토는 '내 알 바 아니고' 였다 ㅋㅋㅋㅋ 마음 쓰이는 것이 생기면 전세계까지는 아니어도 대한민국 정도는 온 오지랖을 펼치는 내게 주어진 방패막이었달까.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자고, 나를 위해서 살자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바쁘게만 살았던 것의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을 흘려 보내기. 그리고 나는 목표를 달성했다. 2010년, 내 인생 모토는 '오픈 마인드' 다.

Posted by 이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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