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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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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타임 / 2010. 8. 31. 03:16


-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넣었던 이력서들이 쓰는 족족 떨어지고 단기 알바의 운마저 다했는지 돈 한 푼 벌지 못한 8월이었다. 지쳐버린 마음을 대변하듯 첫 주엔 여름 감기마저 앓았고, 날씨도 덥고 비도 자주 오고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무기력해 한껏 게으름을 피웠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빨리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과 '이제는 무엇이든 해야하지 않나?'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하루하루가 초조했다. 잠 못 드는 여름밤이 계속되고, 한낮의 햇빛에 눈이 부셔 잠을 깨고, 피곤한 몸을 일으켜 쌓아둔 영화를 보거나 집안일을 하고 지내던 차에 드디어 면접을 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처음으로 받은 제안에 너무 기뻤고, 들뜬 마음으로 면접을 보고 나서는 느낌이 좋다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진짜 기회가 올 줄 몰라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고도 믿지 못해 꿈인가생신가 했다.

일을 시작한지 4일이 지났을 뿐인데 무척 오래 있었던 것 같은 익숙한 기분이 드는게 다행이다 싶다. 그치만 내가 지난 4일간 겪었던 일들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방송 일에 아주 환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경험한 적은 없어도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  아직은 뭐가 어떻고 저떻고 말할 만한 상황조차도 안된다. 만나는 사람마다 진짜 힘들지만 열심히 하라고 도망가지 말라고 하는데, 아예 시작하지 않은 적은 있어도 일하다 도망친 적은 없으니 내가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뭐 그동안 여러 사람을 봤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든 익숙해져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내가 하루 아침에 모든 사람과 친해지고 모든 일에 익숙해지길 바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욕심이다. 어쨌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자연스레 내 몸에 익숙해지는 일들이 생길 것이고 그 안에서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된다. 그러고도 제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때는 잠시나마 불평해도 되고, 나 자신을 탓해도 된다. 그 뿐이다.


오늘 오전에 집에 들어와서 3시간 가량을 잤는데 그 잠이 어찌나 꿀잠이던지!!! 다시 샤워하고 출근했다 세시간만에 퇴근 ㅋㅋㅋㅋ 하루 외박했을 뿐인데 오늘 집에 가서 잔다고 신나서 집에 왔다. 일찍 자야겠지만 오늘도 설겆이 + 밥 해놓고 컴퓨터질. 집에 있는 동안 설겆이 하고 밥 해 놓고 세탁기 돌리는게 습관이 됐는지 아주 피곤하지 않으면 해 놓는게 마음이 편하다. 새로 한 밥 냄새가 좋고, 설겆이와 빨래를 다 하고난 후 개운한 느낌이 좋다. 무엇보다 엄마가 좋아하는 얼굴이 아주, 아주 좋다.

엄마가 새로운 일을 하려고 면접을 봤는데 잘 안됐던 모양이다. 본사에서 추천해줘 면접을 보게 됐는데, 딱히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엄마가 매니저로 처음 일하게 되는거라 경력이 없어 면접 본 곳에서 불안해 했던 것 같다. 새 일에 대한 기대로 좀 부풀어있었던 것 같은데, 또 하고 있던 일을 오늘 그만두기도 했고. 지난 밤에 집에 안 들어가서 보고싶다고 한 거라 생각했는데 위로받고 싶었나보다. 그동안, 엄청 힘든 일인데도 불평없이 열심히 해주는 엄마가 참 고마웠다. 엄마가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열심히 살아준 엄마 덕분에 지금의 우리 집이 있는거다. 월급이 좀 더 나아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 엄마가 전보단 덜 힘들게 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것도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도 곁에서 챙겨주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해진다. 그리고 내가 이 곳에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내 시간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나도 모를 시즌이지만 새 일에 적응하는 게 힘들어도 틈틈이 책 많이 읽고 공부도 좀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티비도 진짜 많이 봤는데- 월화드라마는 <나는전설이다>, 수목드라마는 <내여자친구는구미호>, 평일 밤 11시 예능도 틀어놓고 있었고, 금,토,일 음악 프로그램은 샤이니가 정규 2집으로 컴백하면서 컴백 무대를 보겠다고 매일매일 틀어놓고 보다보니 매주 보게 됐다. 토요일 예능은 <우리결혼했어요>, <무한도전>, <글로리아> 보고 잠깐 쉬고, <인생은 아름다워>, <세바퀴> 보고, 일요일 예능은 <런닝맨>이나 <단비> 같은거 틀어놓고 <글로리아>, <개그콘서트>,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스페셜 같은 프로그램 보고. 적어놓고 보니 정말 많네.. 이제 지하철에서 mp3로 드라마나 영화 채워놓고 보겠지. 늘 말하지만 난 애플 제품을 안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기피하는 수준인데 (기계=실용주의) 아이팟 클래식의 160GB 대용량 같은건 좀 탐이 난다. 근데 화면이 너무 작아. itunes 동기화 짜증나. 근데 편집실에 컴퓨터가 온통 맥킨토시다 보니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영화도 드라마도 음악도 왕창 갖고 다니게.

이제 내일이면 9월이고, 나의 스물다섯도 1/3이 남았다. 올해 안에 이사를 갈 것 같은데, 언제나처럼 좀 더 깨끗하고 나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괜찮아, 다 잘 될거야. 아자아자 화이팅.





- 갖고 싶은 책이 생겼다. 유시진의 '온' 과 츠지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 그리고 노리플라이 2집과 이적의 새 앨범.
월급을 받고 밀린 핸드폰 요금과 학자금 대출을 내고 나면 한 권씩 나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난 이렇게 빛쟁이로 살아야 하는거야. 돈 많이 벌면 진짜 학자금 대출부터 다 갚고 새 출발하고 말거야. 정부 미워 ㅋㅋㅋㅋㅋㅋㅋㅋ

- mp3 속 음악들이 모두 지겨워지는 요즘. 씨디플레이어의 전원을 연결해서 조심스럽게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씨디가 촤르륵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1번 트랙부터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 느낌을, 들어본 사람만이 안다. 아무리 좋은 음질의 파일이라도 mp3 나 핸드폰으로 듣는 음악과는 다르다는 것을.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씨디플레이어가 갖고 싶은데 요즘엔 잘 생산되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고 종류도 많이 없다. 그러고보면 한 음반 속에는 같은 사람의 목소리만 나오는데도 지겨워 한 적이 없었다. 이 노래 다음엔 어떤 노래가 나오는지 순서대로 다 알고 있었고 가사도 꽤 많이 알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은 당연히 사서 들었고, 두근거리며 자켓사진과 가사집을 봤다. 남들이 모르는 가수의 좋은 앨범을 알게 되면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고, 앨범 속의 숨은 명곡을 찾아내면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정말 CD로는 앨범이 만들어지지 않는 그런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신보를 기다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이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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