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게도 감히 영원을 약속했었던
순수의 시대가 있었다는 얘기다
나에겐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게도 그런 시절이, 분명 있었다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마음 한 구석에선 내게 그 기회를 주지 않은 건 바로 당신이라고
아직도 우리의 헤어짐의 이유를 모르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건 바로 나다
모두들 이런 식으로 어른이 되어가는걸까
어린 마음에 남겨진 생채기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그 시절만큼 큰 혼돈과 공포 속으로 나를 밀어넣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점점 그 주기가 길어지고는 있지만
나는 이따금씩 아프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영원히-는 물론이고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는 좋은 버릇이 생겼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또다시 너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영원을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