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한달만에 아빠가 퇴원을 했다
아주 다행히도 아빠의 수술은 여러가지 조건에서 괜찮은 편이었다
그 수술을 받기에 아빠 나이는 젊은 편이었고 아직 크기가 크지 않은 초기 소견이었다
그래도 큰 수술이긴 했지만 아빠는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그리고 내게도 온전한 주말이 생겼다
고작 주말 중 하루의 시간을 내서 아빠와 2-3시간 함께 있는 것 뿐이었는데
일주일의 피로가 풀리지 않고 일이 계속되는 기분이 들었다
수술 전에는 제발 큰일이 아니길 바랐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에 대해 너무 불안해서 울기도 했는데
이 정도에 불편해하는 내가 참 이기적이고 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함께 있는 시간 동안엔 아빠를 충실히 대하려 노력했다
병원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좀 힘들기도 했지만, 아빠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꽤 재미있었다
물론 여전히 좀 철없는 아빠의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내심 아빠 그대로인 것 같아 다행인 듯한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웃음)
이것저것 고민할 것 없이 무조건 아빠의 안전이 0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좀 불편하거나 힘들거나, 돈을 조금 더 쓰게 되거나 하는 부분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이 오기 전에 아빠와 술 한 잔이라도 더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는 다른 맛있는 것들을 함께 자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진짜진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 혹은 갖고 싶어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그러면서도 좀 더 more를 생각하곤 하는 나를 발견하며 스스로가 우습고 무서워졌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넓은 집에 가고 싶은데, 아무리 작은 넓이여도 필요한 금액은 그 배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넓어진 크기만큼 새로운 것들이 필요해지겠지
좀 더 큰 책상과 침대, 책장, 티비와 식탁 같은
그런 것들을 감당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그래서 일상의 행복함을 충분히 느끼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그러나 그것을 깨닫고 있다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나는 알게될까. 지금이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