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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쿠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2.25 휴 가

휴 가

라이프타임 / 2014. 2. 25. 01:10

 

일주일 간 휴가가 생겼다. 나는 스물아홉이 되었고, 5년차 피디가 되었다. 나는 내가 열심히, 또 즐겁게 일에 임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겁쟁이다.

 

나는 해마다 게을러지고 있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핸드폰 게임에 몇시간이고 매달려 있다. 갑자기 주어진 여유 시간에 내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눈을 감으면 핸드폰 게임판만 그려지는, 사탕의 세계요, 동물의 세계다.

 

짧게나마 통영에 다녀오려고 했었지만, 가지 않기로 했다. 되도록이면 집에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쿠키 곁에 있어주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그저 일상의 시간을 쿠키와 함께하고 싶었다. 내 삶에 허덕여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쿠키를, 이제는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쿠키의 병을 알게 된 후로도 시간이 좀 지나서 아주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밤부터 툭하면 눈물이 나온다. 쿠키가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의 결심이 쿠키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바쁘다며 내팽개쳐 놓고선 이제 와서, 또는 이제서야 내가 그나마 또 한가한 때에, 다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째서 이런 일에도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건지. 왜 이런 선택조차 쿠키의 시간이 아닌 나의 시간에 마치 스케줄을 맞추듯 진행하려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 혐오감이 든다.

 

엄마에게 폭 안겨 잠을 자는 쿠키, 물을 찹찹찹 먹는 쿠키, 이마에 뽀뽀해주면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 나는 아직 이 순간을 놓고 싶지 않다. 내가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잠깐 동안 쿠키가 방에 다녀간 후 그 악취를 참아내지 못해 섬유탈취제를 뿌리는 나이면서. 지독하게 이기적이야 나는.

 

그러나 치료도 아닌 붕대를 갈아주는 과정에서, 이미 썪어버린 종양과 하얀 수건이 온통 빨갛게 물드는 것을 보면서, 발버둥치는 쿠키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제 쿠키를 보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몇개월 전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도 장담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그 때부터,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확실하지도 않은 그 수술에 천문학적인 수술비와 치료비를 우리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동안 잦은 수술을 받아왔던 쿠키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랬으니 그저 그 때가 온 것 뿐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쿠키가 아프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강해져야 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쿠키를 잘 보내줘야 해. 나는 쿠키를 평생 잊지 않을테니까.

 

언제나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말했던, 늘 이기적이었던 나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였던 나의 강아지.

고마워 그리고 사랑한다 쿠키야. 

나는 지금 쿠키와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려 한다.

 

 

 

Posted by 이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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