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평소엔 잊고 지냈던 공포심이 온통 나를 휘감는 날
온세상이 깜깜해진 것만 같고
내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는 것만 같은 날
아주 커다란 무언가를 삼킨 것마냥 숨이 막혀오고
내가 가진 물질적인 것들이 모두 부질없게 느껴지는 날
행복했던 기억과 푸른 바다와 여행이 그리워지는 날
좋아하는 음악을 무한정 듣고 싶은 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보고 싶은 날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날
소중한 사람을 꼭 껴안아주고 싶은 날
건강함에 감사하게 되는 날
하루하루가 당연하게 오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날
이 세상에 내가 살았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그런 날
아직 오지 않은, 언제일지 모를,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올 수 밖에 없는
사춘기 시절에나 하는 생각들이 불현듯 갑자기 찾아오는 그런 날이 있다